아산 온양행궁 추정지, 시민로까지 포함시굴조사 결과 기단·적십석 등 조선시대 건물지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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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실 온천 ‘온양행궁’ 터가 기존에 알려진 온양관광호텔 전체가 아닌, 호텔 일부와 인근 시민로를 포함한 지역에 위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6일까지 온양행궁 추정지 1144㎡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굴조사 결과, 시민로에서 기단(건축물 아래 쌓은 돌)과 적심석(건물 기둥 하중 보강시설) 등 조선시대 건물지 흔적이 발견됐다.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더미 등을 비롯해 조선시대 2개 문화층(특정시대 문화 양상을 알려주는 지층)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시민로에서 조선시대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과 다수 유적이 확인되면서 온양행궁의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새로운 과제도 생겼다.
앞서 2001년 ‘온양행궁 학술조사 및 복원기본계획’ 용역 결과에서는 1935년 지적도를 기준으로 온양행궁 범위를 온양관광호텔 전체와 북쪽·동쪽 건물 전체를 포함하는 것으로 봤다.
반면 2022년 ‘온양행궁 국가지정등 타당성 조사보고서’ 용역에서는 1912년 지적원도를 근거로 온양관광호텔 일부와 동쪽 건물, 시민로와 시민로 동쪽 건물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온양행궁이 2022년 추정된 범위 내 위치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2001년 자료를 토대로 검토해온 온양행궁 범위와 향후 추진방식(복원 또는 재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자문위원들은 유구가 확인된 지역에 대해 정밀발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시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조사를 위해 도로를 굴착·복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과 비산먼지 발생, 도로 제한에 따른 상가 이용객 감소로 주변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한 데다, 전면 발굴조사 기간이 두 달 이상 소요돼 집단민원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5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시는 총사업비 6억원 중 이번 시굴조사에 2억 4000만원을 소요했다.
수도사업소에서 추진 중인 도시침수대응사업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사업범위 내에 유적이 포함돼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개발제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시굴조사 목적은 온양행궁 터가 시민로까지 포함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시민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판명된 셈”이라며 “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술대회와 포럼 등을 통해 추진방식이 정해진 뒤 정밀발굴조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33년 25칸 규모 왕실행궁으로 이용된 온양행궁은 일제강점기 일본 철도회사에 의해 '신정관'이라는 숙박업소로 전락했다. 이후 1967년 국내 최초의 관광호텔인 온양관광호텔이 들어섰다. 온양관광호텔 내에는 온양행궁으로 온천욕을 하러 온 사도세자가 활을 쏜 ‘영괴대’(충남 문화재자료 228호)와 세조의 행차를 기념해 세운 ‘신정비’(229호), ‘온천리석불’(227호) 등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