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車 기술자가 만드는 안전·따뜻한 발판‘층간소음·낙상사고 예방 매트’ 박재현 아이언더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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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2022년 발표된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78.3%. 이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81%나 된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주거문화가 바뀌면서 불청객들도 함께 찾아왔다. 그 중 하나가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으로 흉기난동까지 벌어졌다는 뉴스는 낯설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 사회 현상을 대표하는 또하나의 단어는 고령화다.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문제는 낙상 사고다. 나이가 들면서 하체 근력과 평형유지 기능이 약해지기에 작은 충격이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이 발행한 ‘한국인의 안전 보고서 2021’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낙상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63.4%를 차지했다. 이 중 75세 이상 낙상 환자 수는 10년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 기술자가 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내놨다. 박재현 대표가 개발한 층간소음·낙상방지용 매트 ‘아이언더매트’다.
10여년 전 아산의 한 자동차 공장에 스카웃돼 생산팀장으로 일했던 ‘우레탄 전문가’인 그는 이후 자동차용 시트부품 공장을 창업해 대기업에 납품해 왔다. 그러던 중 회사가 잠시 어려워지면서 출구전략을 찾아야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층간소음과 낙상사고 예방을 위한 아이언더매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가격만 경쟁력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본래 목적인 기능 면에서도 충실했다.
“이전에도 층간소음매트 제품은 이전에 많이 있었어요. 문제는 대부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다 보니 가격이 굉장히 비쌌죠. 저희는 직접 국내 생산이 가능한 만큼 가격 안정화에 주력했습니다. 자체 측정 결과 소음 감소 효과는 퍼센트로 따지면 75%,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발망치’ 예방 효과는 탁월합니다. 또 날계란을 100번 던져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낙상예방 효과도 자신합니다.”
아이언더매트는 우레탄 함량이 2000g나 되는 열가소성폴리우레탄(TPU) 매트다. 우수한 내마모성과 복원력, 내유성은 물론 저온에서 변형률도 낮은 게 TPU 소재 특성이다. 퍼즐 구조로 돼 있어 시공이 비교적 간편하고, 하단에 홈이 파여 있어 습기와 곰팡이 우려도 없다. 생활방수와 오염방지 신소재 필름지도 부착돼 있어 청소 시에도 용이하다. 이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애견매트 목적으로 시공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 친환경 KC인증을 받은 데다 대리석 느낌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공간 인테리어 효과도 낼 수 있어 더욱 인기다. 무엇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아이언더매트의 강점이다.
판매는 올해 초부터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곳곳에서 시공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가수 ‘나비’ ‘길구봉구’와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조해리 씨도 아이언더매트를 집안에 깔았다. 인근 천안을 비롯해 경기도와 강원도 등 3곳의 대리점도 세워졌다.
단기간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그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음효과와 인테리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벽에 붙이는 소음재와 노인 낙상 예방을 위한 욕실용 매트 개발에 고심 중이다. 벽면 소음재는 많지만 접착 문제 등 고려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미끄럼 방지 욕실 매트도 시중에 많이 출시됐지만, 물때 등 청소가 어렵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그는 노인 낙상 문제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께서 ‘노인이 되면 아기와 같아진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늙잖아요. 지나가듯 하신 말씀이었지만 그때를 계기로 노인 공경심이 커진 것 같아요.”
그동안 배방적십자 등 봉사단체를 통해 활동해 왔던 박 대표는 이제 자신의 제품으로 남모르게 봉사를 다니고 있다. 지난 5월 아산의 한 노인요양시설에도 무상으로 아이언더매트를 깔아줬다. 앞으로도 후원 요청이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최근 사무실 근처 경로당에서 낙상 사고로 어르신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자신이 개발한 매트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요? 언제라도 봉사단체의 도움 요청이 있다면 적극 후원에 나설 생각입니다.”